축구 칼럼

U-20 월드컵 '에이스' 이강인과 '언성히어로' 정호진, 그들은 현재 어디에?

침대 위 꽁치 2021. 5. 26.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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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정정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대한민국 U-20 대표팀은 월드컵 준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뤄냈습니다.

 

대한민국 현대 축구사 속 세계 도전기의 사실상 첫 페이지라 할 수 있는 1983년 멕시코 U-20 월드컵 준결승 진출을 뛰어넘는 결과를 만들어냈다는 점에서 역사적 의의는 상당합니다.

 

해당 대회에서 우리는 '에이스' 이강인의 가치를 목도했습니다. 매 경기마다 팀의 에이스답게 결정적인 순간에 차이를 만들어냈습니다. 섬세한 기술과 정확한 패스로 경기를 지배했습니다. 

 

'에이스'의 가치를 제대로 보여줬던 이강인입니다. 이강인의 평범한 상황을 특별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은 팀의 위상을 한 단계 이상 높게 만듭니다.

 

킥으로 흐름을 뒤바꿀 수 있는 에이스의 등장은 참으로 오랜만입니다. 고종수 이후 처음이라고 봐도 무방하겠죠. 기성용이 있기는 했지만, 이강인 보다 후방에 머무르는 선수이기에 공격 지역에서 킥으로 경기 양상을 바꾸는 선수는 참으로 오랜 시간 끝에 다시 등장했습니다.

 

2년 전 환희에 있어 '언성히어로' 정호진의 영향력도 간과하면 서운합니다. 해당 대회에서 정호진은 다섯 손가락 안에 드는 멋진 플레이를 선보였습니다. 정호진은 '미드필더'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이를 보여주는 가치가 높은 선수였습니다.

 

미드필더란 무엇인가에 대해 안첼로티의 말을 인용하겠습니다.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넓은 시야와 플레이의 전개를 정확히 읽어낼 수 있는 우수한 전술안이다. 공격과 수비 어느 한쪽의 국면에서든 다음 플레이를 정확히 예측해서 볼보다 먼저 움직이는 것이 요구된다. 수비의 국면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포지셔닝, 공격의 국면에서는 정확한 플레이의 선택. 모두 기술이 아닌 전술의 영역에 속한 사항이다."

 

"높은 볼스킬이 있느냐 없느냐는 그만큼 중요하지는 않다. 중요한 것은 플레이의 선택을 실수하지 않는 것. 미드필더는 발보다도 머리 쪽이 중요한 포지션인 것이다. 피지컬 면에서는 90분 내내 끊임없이 움직이는 다이나미즘과 지구력을 갖추지 않으면 안 된다. 멘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쟁심이다. 추가로, 정확한 단거리용 패스워크, 그리고 가능하다면 롱패스, 이것들 모두를 높은 레벨로 갖춘 선수야말로 이상적인 미드필더라고 할 수 있다"

 

안첼로티의 말입니다. 안첼로티는 학술적으로 미드필더를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물론 안첼로티의 정의 혹은 설명이 꼭 정답은 아닙니다. 안첼로티에 따르면 사비 에르난데스보다 스티븐 제라드가 더 위대한 미드필더지만, 실제로 그런 평가를 동의하는 이는 없겠죠.

 

안첼로티의 생각은 굉장히 정석적이고 좋은 미드필더를 평가할 수 있는 아주 유용한 틀입니다.

 

정호진은 이 틀에 매우 부합한 미드필더입니다. U-20 월드컵에서 정호진은 공격과 수비 어느 한 쪽에서도 특별한 단점을 보이지 않으며 움직였습니다. 수비에서는 정확히 필요한 곳에 위치했으며, 공격 지역에서도 정확히 할 것을 했습니다. 장면마다 최선의 선택을 내렸죠.

 

안첼로티의 말처럼 기술은 두 번째 문제입니다. 더 좋은 선수가 되려면 탁월한 기술로 장면마다 차이를 만들면 최고지만, 그런 선수는 세계에서도 아니 역사적으로도 몇 명 없습니다.

 

그들은 어디에?

 

 

2년 전에 필자를 놀라게 만들었던 두 선수는 현재 어느 위치까지 올라왔을까요?

 

아쉽게도 기대에는 미치지 못하는 모습입니다. 이강인의 경우 발렌시아 CF에서 분투했지만, 뚜렷한 장단점과 팀 사정으로 인해 많은 기회를 받지 못했습니다. 2021년 유럽 여름 이적 시장을 앞두고 팀을 떠나는 것이 유력합니다.

 

정호진은 경우 2020년 전남 드래곤즈 소속으로 프로 경력을 시작했습니다. 작년의 경우 어느 정도 경기를 뛰며 가치를 인정을 받았지만, 올 시즌에는 부상 등의 이유로 1경기도 뛰지 못하며 고전 중입니다.

 

두 선수 모두 본인이 지닌 가치에 비하면 턱없이 아쉬운 활약입니다.

 

다만 반전의 여지는 충분합니다. 이강인의 경우 워낙 기술이 출중한 선수이기에 자신에게 맞는 전술의 옷만 입는다면 비상할 가능성이 큽니다.

 

정호진도 아직 나이가 어리고 지도자들이 선호하는 스타일이기에 큰 부상만 없으면 꾸준히 출전 기회를 쌓을 수 있을 전망입니다.

 

물론 유망했던 선수가 프로 무대에 본격적으로 도전한 이후 소리 소문 없이 사라지는 경우는 비일비재합니다. 두 선수 뼈를 깎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미입니다.

 

두 선수 모두 자신이 처한 난관을 이겨내고 훌륭한 선수로 성장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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