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대로 TOP 25 축구선수

2년 전, 영국의 축구 잡지 포포투(fourfourtwo)에서 창간 25주년을 맞이해 2019년 기준 지난 25년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101명의 선수를 선정했습니다.

 

영국 언론답게 영국 국적의 선수와 EPL 출신 선수에게 후한 점수를 줬습니다. 뭐 당연한 선택이겠죠.

 

선수들의 순위를 매기는 것은 언제나 흥미로운 일입니다.

 

문득 생각이 난 김에 과거 필자가 작성했던 글을 기반으로 다시 한 번 저만의 TOP 25를 선정해봤습니다. 

 

참고로 실시간 라이브를 통해 최소한 1경기 이상 봤던 선수 중에서 선정했습니다.

---

1. 리오넬 메시(아르헨티나, 1987년생, FC 바르셀로나)

 

여전히 펠레와 디에고 마라도나의 아성에 도전하고 있다. 신기에 가까운 드리블과 침착한 마무리 능력은 그가 역사상 최고의 선수에 도전하는 원동력이다. 2014 브라질 월드컵에서 독일을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면, 그의 가치는 펠레와 비견해도 밀리지 않았을 것이다. 적지 않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공을 잡은 상황에서 메시가 만들어내는 다양한 공격 방식의 질은 압도적이다.

 

2. 크리스티아누 호날두(포르투갈, 1985년생, 스포르팅 리스본-맨체스터 유나이티드-레알 마드리드-유벤투스)

 

21세기 최고의 공격수. 무시무시한 득점력을 바탕으로 메시와 라이벌 구도를 형성했다. '온몸이 무기'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는 선수다. 온 더 볼 상황에서는 다소 약점이 있지만(비교되는 전설적인 선수들에 비해), 종합적인 득점 능력은 괴물 그 자체다. 특히 특유의 영리한 움직임 이후 만들어내는 헤딩 득점은 역사상 최고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3. 지네딘 지단(프랑스, 1972년생, AS 칸-지롱댕 드 보르도-유벤투스-레알 마드리드)

 

위대한 공격형 미드필더가 넘쳐났던 1990년대 중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그 중에서도 단연 돋보였던 공격형 미드필더. 건장한 신체 조건과 우아한 발놀림으로 경기를 지배했다. 1998년 조국 프랑스에게 첫 월드컵 우승을 안겼으며,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는 과거 마라도나가 보여줬던 수준에 버금가는 강렬한 원맨쇼를 펼쳤다. 감독으로도 무수한 영광을 거머쥐 '타고난 승리자'다.

 

4. 사비 에르난데(스페인, 1980년생, FC 바르셀로나-알 사드)

 

스페인 역사상 가장 위대한 미드필더. 그가 본격적으로 FC 바르셀로나의 일원이 된 후 축구의 패러다임이 변했다. 신체적 강인함이 미드필더의 중요한 덕목이던 시절에 깔끔한 기술과 정확한 패스로 축구의 새로운 장을 열었다. 정확한 패스와 더불어 공간에 대한 이해, 공의 흐름을 통제하는 능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했다. 메시에 밀려 발롱도르를 한 번도 수상하지 못한 점이 유일한 아쉬움이다.

 

5. 호나우두(브라질, 1976년생, 크루제이루-PSV-FC바르셀로나-인터 밀란-레알 마드리드-AC 밀란-코린티아스)

 

제2의 펠레에 가장 근접했고, 실제로 명성에 걸맞는 활약을 펼쳤던 남자. 만 18세에 유럽 무대로 넘어와 폭발적인 속도와 부드러운 드리블, 정확한 마무리로 전 세계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월드컵에서 15골을 잡아내며 월드컵 최다 득점자에 등극하기도 했다. 부상 이전까지만의 활약으로도 여전히 높은 평가를 받을 정도로 재능 하나는 역사적인 수준이다. 

 

6. 파올로 말디니(이탈리아, 1968년생, AC 밀란)

 

축구 역사상 가장 완벽한 왼쪽 풀백. 신체 능력, 위치 선정, 공중볼, 대인방어, 침착함 등 수비수가 갖춰야 할 모든 능력을 두루 갖춘 선수였다. AC 밀란의 가장 화려했던 시기에 붙박이 주전으로 뛰었다는 점만 봐도 그의 능력을 알 수 있다. 풀백으로 정점을 찍은 말디니는 말년에는 중앙 수비수로 이동해서도 훌륭한 수비력을 뽐냈다.

 

7. 이니에스타(스페인, 1984년생, FC 바르셀로나-비셀 고베)

 

스페인이 자랑하는 또 한 명의 위대한 미드필더. 사비와 함께 FC 바르셀로나와 스페인의 중원을 진두지휘하며 팀의 영광을 이끌었다. 화려한 발재간 없이도 물 흐르듯 움직이는 드리블로 상대 수비에 균열을 냈다. 중원을 넘어 좌측면에서도 빛나는 활약을 했다. 빠른 발과 건장한 신체가 없어도 날카로운 창으로 기능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8. 호나우지뉴(브라질, 1980년생, 그레미우-파리 생제르망-FC 바르셀로나-AC 밀란-플라멩구-미네이루-퀘레타로-플루미넨세)

 

도저히 예측할 수 없는 플레이를 구사하는 축구계의 '외계인'. 어린 나이의 '3R'의 일원으로 월드컵을 제패한 호나우지뉴는 FC 바르셀로나에서 절정을 맞이했다. 화려한 드리블과 상상을 불허하는 움직임으로 상대를 침몰시켰다. '몰라서 못 막는다'는 국내 축구 팬들의 말처럼 변수로 가득한 플레이를 즐겼던 사나이다.

 

9. 노이어(독일, 1986년생, 샬케 04-바이에른 뮌헨)

 

감히 레프 야신의 아성에 도전하는 골키퍼. 골키퍼가 갖춰야할 기본적인 안정성과 놀라운 과감성까지 더한 완전무결한 선수다. 정확한 패스로 공격의 시발점 역할도 해낸다. 독일 국가대표팀과 바이에른 뮌헨의 리더로서 가치를 입증하기도 했다. 그로 인해 골키퍼의 역사는 새롭게 쓰여졌다.

 

10. 호베르투 카를로스(브라질, 1973년생, 우니앙 상 조앙-아틀레치쿠 미네이루-우니앙 상 조앙-파우메이라스-인터 밀란-레알 마드리드-페네르바체-코린티아스-FC 안지-델리 다이나모스)

 

축구 역사를 통틀어도 손에 꼽히는 왼쪽 풀백. 왕성한 활동량과 폭발적인 킥으로 측면을 지배했다. 레알 마드리드 시절에는 사실상 측면 공격수처럼 기능하기도 했다. 공격적인 풀백의 현대적 시초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ESM 올해의 팀' 최다 선정 3위라는 기록은 그의 능력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11. 히바우두(브라질, 1972년생, 산타크루스-모지미링-코린티안스-파우메이라스-데포르티보-FC 바르셀로나-AC 밀란-크루제이루-올림피아코스-아테네-모지미링-분요드코르-모지미링-상 파울루-상카에타누-모지미링)

 

힘과 정교함을 동시에 갖춘 왼발을 자랑하는 선수. 데뷔부터 2002년 월드컵까지 행보는 호나우두와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강렬했다. 특히 노란색 유니폼을 입은 히바우두는 '셀레상'의 공격을 완벽히 진두지휘했다. 호마리우와 호나우두의 가려 2인자 역할을 했지만, 브라질 대표팀 10번 셔츠가 그의 능력을 증명한다.

 

12. 칸나바로(이탈리아, 1973년생, 나폴리-파르마-인터 밀란-유벤투스-레알 마드리드-유벤투스-알 아흘리)

 

21세기 최초이자 마지막으로 발롱도르를 수상한 수비수 . 수비수 중 발롱도르를 수상한 선수가 역사상 단 3명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칸나바로의 역량은 입증된다. 170cm 중반의 키가 무색한 공중볼 능력과 숨막히는 대인 방어 능력은 이탈리아를 넘어 세계를 놀라게 만들었다. 특히 2006년 독일에서 보여줬던 수비 퍼포먼스는 가히 엽기적인 수준이었다.

 

13. 잔루이지 부폰(이탈리아, 1978년생, 파르마-유벤투스-파리 생제르망-유벤투스)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 중 하나다. 골키퍼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을 모두 가지고 있다. 이탈리아의 2006년 독일 월드컵 우승 과정에서 부폰이 내준 필드골은 0골이었다(자책골 1, PK 1). 선수 생활 말년으로 갈수록 부족한 발 기술로 인해 고전했지만, 다른 능력은 언제나 세계 최정상급 위치를 과시했다. 2021년 현재에도 정상급 활약을 펼칠 정도로 꾸준함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14. 라울 곤잘레스(스페인, 1977년생, 레알 마드리드-샬케 04-알 사드-뉴욕 코스모스)

 

'미스터 챔피언스리그'. 어린 시절부터 레알 마드리드의 핵심 공격수로 활약했다. 물 흐르듯 유연한 동작으로 상대의 골망을 무수히 갈랐다. 후배 호날두가 오기 전까지 레알의 챔피언스리그 우승에는 언제나 라울이 있었다. 그리 빠른 발이 아님에도 영리한 플레이와 정확한 왼발 슈팅으로 상대를 괴멸시켰다. 한때 라울은 레알 마드리드의 상징이었다.

 

15. 카푸(브라질, 1970년생, 상파울루-레알 사라고사-파우메이라스-AS 로마-AC 밀란)

 

역사상 최고의 우측면 수비수이자 풀백의 교과서. 브라질리언의 번뜩이는 공격력과 우수한 피지컬을 동시에 장착한 수비수다. 수비수 왕국인 이탈리아에서도 독보적인 수비력을 과시했다. 기민한 돌파 이후 정확한 크로스로 공격의 활로를 뚫었다.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브라질 대표팀의 황금기에 부동의 주전이었을 정도로 확실한 실력자였다. 역사상 유일한 월드컵 3회 연속 결승전(1994-1998-2002) 출전자이기도 하다.

 

16. 세르히호 라모스(스페인, 1986년생, 세비야-레알 마드리드)

 

레알 마드리드 팬들이 가장 사랑하는 수비수. 우수한 신체 조건과 빠른 발, 뛰어난 점프력과 넓은 활동 범위로 수비 지역 전체에서 영향력을 끼친다. 어린 시절에는 잔실수가 많았지만, 빠르게 경험을 쌓으며 안정감을 장착했다. 오른쪽 측면 수비수로 월드컵 챔피언 자리까지 올랐던 라모스는 중앙 수비수로서도 대단한 역량을 과시했다. 이 시대 최고의 수비수로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위기의 순간 터지는 세트피스 상황에서의 헤딩골은 전율이다.

 

17. 카시야스(스페인, 1981년생, 레알 마드리드-FC 포르투)

 

스페인 역사상 최고의 골키퍼. 만 20세가 되기도 전에 레알 마드리드의 주전 수문장이 됐을 정도의 재능이다. 180cm 초반의 작은 키에도 동물적인 반사 신경과 안정감 있는 플레이로 최후의 보루 역할을 톡톡히 했다. 스페인의 메이저 대회 3연패 과정에서 토너먼트 총 10경기(2008년 3경기, 2010년 4경기, 2012년 3경기)를 모두 무실점을 기록하며 말하기 어려운 수준의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특히 상대 공격수와 1대1 상황에서 방어 능력이 압도적이었다.

 

18. 에투(카메룬, 1981년, 레알 마드리드-레네가스-에스파뇰-마요르카-바르셀로나-인터 밀란-FC 안지-첼시-에버튼-삼프도리아-안탈리아스포르-코니아스포르-카타르 SC)

 

아프리카 역사상 최고의 축구 선수로 추앙받아 마땅한 남자. 바르셀로나의 킬러로 무수한 골을 잡아냈다. 특히 챔피언스리그 결승전에서 두 번이나 결정적인 득점을 터뜨리며 힘을 보여줬다. 저돌적인 움직임과 단호한 결정력은 언제나 최고 수준이었다. 축구 역사상 '트레블'을 2년 연속 기록한 유일한 사나이라는 업적도 존재한다.

 

 

19. 티에리 앙리(프랑스, 1977년생, AS 모나코-유벤투스-아스날-FC 바르셀로나-뉴욕 레드불스-아스날-뉴욕 레드불스)

 

EPL의 왕. 아스날 시절 잉글랜드 무대를 폭격하며 자신의 가치를 증명했다. 속도감 넘치는 드리블과 골키퍼의 타이밍을 빼앗는 슈팅은 놀라운 수준이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꾸준히 활약하며 클래스를 입증했다. 앙리가 떠난 뒤 아스날이 서서히 하락세를 겪은 것은 절대 우연이 아니다.

 

20. 카카(브라질, 1982년생, 상파울루-AC 밀란-레알 마드리드-AC 밀란-올랜도 시티-상파울루)

 

AC 밀란의 마지막 황금기를 이끈 에이스. 무관심 속에 밀란에 입성했지만, 순식간에 밀란 팬들은 '최애 선수'가 됐다. 지단과 리켈메 같은 정적인 공격형 미드필더가 아닌 속도를 주무기로 하는 새로운 스타일의 공격형 미드필더였다. 당시 밀란이 전문 측면 자원을 기용하지 않았음에도 카카의 존재 하나가 이를 모두 메우고도 남았다. 2007년 발롱도르 위너로 '메날두' 시대 이전에 마지막으로 발롱도르를 수상한 선수다.

 

 

21. 루카 모드리치(크로아티아, 1985년생, 디나모 자그레브-모스타르-재브레지크-토트넘 홋스퍼-레알 마드리드)

 

발칸 반도의 크루이프. 현대 축구가 요구하는 플레이메이커의 얼굴과 같은 선수다. 정확한 패스 능력에 왕성한 활동량과 수비적인 헌신을 동시에 보여주며 90분 내내 일정 수준의 에너지를 팀에 공급하는 스타일이다. 단순한 지표만으로 표현할 수 없는 모드리치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준우승을 바탕으로 발롱도르 위너가 되며 능력을 확실히 인정받았다.

 

22. 안드레아 피를로(이탈리아, 1979년생, 브레시아 칼초-인터 밀란-브레시아 칼초-AC 밀란-유벤투스-뉴욕 시티)

 

'레지스타'의 표본. 말 그대로 탁월한 연출가다. 포백 라인 앞에서 패스를 통해 경기를 조율하는 모습은 경이로운 수준이다. 짧은 패스는 기본이고 정확한 중·장거리 패스로 그라운드 전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 부드러운 탈압박 능력과 우수한 활동량도 보유한 선수다. 프리킥에 있어서는 항상 몇 손가락에 뽑힐 정도의 스페셜리스트였다.

 

23. 다비드 비야(스페인, 1981년생, 레알 스포르팅-레알 사라고사-발렌시아-FC 바르셀로나-아틀레티코 마드리드-뉴욕 시티-멜버른 시티-비셀 고베)

 

스페인 대표팀 황금기의 '마타도르'. 173cm의 작은 키에도 영리한 침투와 발을 가리지 않는 폭발적인 슈팅, 간결한 마무리로 어린 시절부터 각광을 받았다. 스페인 대표팀의 유로 2008 우승과 2010년 월드컵 우승 과정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잡아냈다. 동료들이 만들어 준 찬스를 단호하게 결정지으며 바르셀로나에서도 전설을 만들었다. 비야의 노쇠화 이후에 스페인 대표팀은 그만한 공격수를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4. 필립 람(독일, 1983년생, 바이에른 뮌헨-슈투트가르트-바이에른 뮌헨)

 

영리함의 표상과 같은 선수. 자국에서 열린 2006년 월드컵에서 개막전 골로 인상을 남긴 람은 10년 넘게 독일 대표팀과 바이에른 뮌헨의 측면 수비를 담당했다. 풀백이 지녀야 할 덕목을 두루 갖췄고, 불리한 신체 조건은 특유의 성실함과 영리함으로 채웠다. 말년에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월드클래스' 평가를 받은 사실이 그의 수준을 대변한다. 2013년 뮌헨의 트레블과 2014년 독일의 월드컵 우승 과정에서 팀의 주장으로 활약했다.

 

25. 스티븐 제라드(잉글랜드, 1980년생, 리버풀-LA 갤럭시)

 

리버풀의 영원한 심장. 넘치는 에너지와 정확한 기술로 선수 시절 내내 사랑을 받았다. 그의 오른발에서 뿜어져 나오는 킥의 위력은 입이 떡 벌어질 정도다. 미드필더가 갖춰야 할 능력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유의 승부사적 기질로 언제나 팀을 수렁에서 구했다. 

 

---

오랜만에 예전 선수들을 추억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막상 다 선정하고 나니 루니와 셰브첸코, 수아레스, 레반도프스키 등 여러 선수가 빠진 명단을 작성하게 됐습니다.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 번 이런 작업을 가져보는 것도 괜찮은 일 같습니다.

 

어쨌든 팬들의 흥미를 유발하고, 건설적인 토론을 할 수 있는 이런 순위는 긍정적으로 생각합니다. 물론 선수의 가치를 무 자르듯 할 수 없기에 이런 순위는 재미로 보는게 좋다고 판단됩니다.